전 세계적인 이벤트로써 언급되는 몇몇 이벤트가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는 할로윈이라던가, 발렌타인데이 등 굳이 하나하나 따지지 않더라도,
혹은 그 기원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의미로 어떤 대상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 날이다'라고는 알고계실터.
하지만 유독 대한에만 기원도 불분명하고 의미도 시덥잖은.. 속칭 XX데이가 너무 많습니다.
심지어는 매달 14일을 XX데이로 칭하여 무언가를 선물하기를 강요하고, 또 받기를 기대합니다.
날짜의 숫자 모양을 본떠 XX데이로 만드는 일도 허다하며, 심지어는 근거도 없고 기원도 없는 낭설을 기업체 스스로 만들어 XX데이라고 홍보를 하기도 합니다.
모 기업 에이X 크래커에 최근 뻔뻔스럽게 10월 마지막날은 에이X 데이라며.. '매년 10월 마지막날 가까운 사람들에게 에이X 로 사랑과 우정을 표현하는 날'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번져왔다고 날조하고있더군요.
1983년 생으로 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모두 겪었고, 공부보다 친우를 더 가까이하는 중고등학교 생활을 지내온 필자에게도 이렇게 생소한 기념일이라니..
솔찍히 제 또래의 초등, 중등, 고등학생 학창시절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과자계의 춘추전국시대로써, 오만가지 맛의 과자가 새로이 등장하고 사라져갔던 시절입니다.
외국(특히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여러가지 과자의 카피상품(또는 정식 수입품)이 동네 슈퍼마다 즐비하였고, 심지어는 저와 동세대에서 그 기원이 시작한, 이른바 '아이돌' 마케팅까지 도입되었죠.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H.O.T가 미스터X , 스타XXXX 음료 등을 광고했던 시절입니다.)
이 와중에 이 에이X 크래커는 음료없이 삼키기엔 입이 바싹 말라가는 목마름, 과자를 개봉하면서부터 시작되는 무한 부스러기로 인해 일부 매니아를 제외하고는 즐겨찾는 이가 없는 과자였습니다.
10월 마지막날에 선물이요?! 전 정말 그 비슷한 소리도 못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크래커의 매니아였습니다만, 친구들과 오락하며 놀려고 모일때 과자를 잔뜩사고 그안에 제가 에이스를 낑겨넣으면 저외엔 아무도 손을 안대고 심지어는 핀잔도 주었습니다. 과자부스러기 치우면서 먹으라고 -_-^ )
기업측에서 홍보하는(또는 강요하는) 에이X 데이의 기원을 직접 겪은 저와 같은 세대라면, 분명 콧방귀를 뀌시겠지요.
하지만 이제 막 한창의 학창시절을 보내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은 에이X를 먹으며, 그 겉봉에 쓰여진 에이X 데이의 기원을 읽으며 '우와~ 이런날도 있었구나' 라며, 이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올바른 형태로 홍보하지 아니하고,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소비자의 인식을 세뇌시켜버리는 일련의 과정이지요.
아마도 십수년전부터 이와 똑같은 작업이 몇번은 족히 있었을 것입니다.
이 글을 포스팅하는 날짜는 11월 11일.. 길다란 막대가 네개나 있지요.
이젠 대한 청소년 및 어지간한 중장년층에도 널리 알려진 '빼빼X 데이' 랍니다.
기업에 의한 날조와 부도덕한 상술의 결정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있는 필자도 어쩔수 없이 참여하고는 있습니다.
애인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알면서도 기업에게 당해주는 멍청한 소비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게 현실이지요 ㅜ_ㅜ
하지만 소비의 주체로써 소비자가 바로 서려면, 기업의 상술에 무조건적으로 놀아나는 요즘의 세태는 분명하게 인지하고 거부할 수 있을때 단호히 거부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작은 용기 하나하나가 모여서 큰 용기가 되었을때, 소비자 위에 군림하는 기업이라는 모순된 구조를 대한에서 뿌리뽑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ps. 포스팅 도중에 갑자기 생각나서 '한국'을 '대한', '대한민국'으로 정정합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주주의국가'의 한자 약어로,' 민주주의 국가'는 국가 명이 아닙니다.
대한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이 있음에도 스스로의 위대함을 떼어버리고 스스로 한국이라는 작은 이름에 익숙해져버린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