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첫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김치볶음밥을 해먹었습니다.
오랜만에 직접 볶은 김치볶음밥이라 정말 맛나게 먹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직접 해먹는것보단 애인님이 해주신게 더 맛있지만, 애인님은 급 바빠진 회사업무로
백만년만에 주말출근 하셨다고 하셔서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요 밑으로는 레시피입니다.

①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수제 안심햄을 깍둑썰기 해주고, 김치는 잘게 썰어 줍니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볶아줍니다. 센불에서 볶으면 고기가 겉만 타고 김치도 향이 날아가버리므로
약한불에서 오랫동안 볶아줍니다.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김치는 볶을때 신맛과 함께 약간의 떫은맛이 생기므로 설탕을 아주 조금만 넣어주면 좋습니다.

이때 가스레인지의 위생상태를 신경쓰면 지는겁니다.
혼자사는 자취남의 가스레인지는 이정도 상태는 되어야 진짜 게으른 자취남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② 김치와 안심을 볶는동안 밥이 다되었습니다. 밥은 물을 약간만 덜 넣어 고슬고슬하게 해주는게 좋습니다.
질척한 볶음밥은 식감이 매우 안좋습니다.

밥을 볶을때 고추장을 아주 약간 넣어주면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생겨서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로 가스레인지의 위생상태를 신경쓰면 지는겁니다.


③ 계속 약한불에 올려두고 볶아줍니다. 밥을 볶으실때는 숫가락(또는 조리용 주걱)을 세워주셔야 합니다.
넓은 면으로 누르며 볶으면 밥끼리 엉겨붙어 식감이 안좋아집니다. 볶음밥의 식감이라면 뭐니뭐니해도 고슬고슬함입니다.

밥을 어느정도 볶으셨으면 불을 꺼주시고 참기름을 약간 둘러주신 후 프라이팬의 여열과 함께 살짝 섞어줍니다.

여기서 주의하실 점은 가스레인지의 위생상태를 신경쓰면 지게된다는 것입니다.


④ 이제 완성된 김치볶음밥 위에 기호에 따라 계란 프라이나 통깨등을 얹어 함께 드시면 됩니다.
지나친 나트륨 섭취는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계란 프라이에는 따로 소금간을 하지 않으시는걸 추천드립니다.

통깨를 뿌리실때는 손끝으로 약간 집어내어 손을 마구 털듯이 뿌려주시면 됩니다.
그래야 가스레인지 주변에 식재료가 마구 묻어나고 튕겨서 그럴듯한 자취남의 가스레인지 위생상태가 됩니다.


⑤ 이번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부푼 꿈을 안고 아버지 몰래 일소 누렁이(9세, ♂)를 판 돈 보따리에 꼭꼭 싸매들고 서울로 상경했다가 사기꾼 사업브로커에게
당해 서울역 정문 가장 햇빛잘드는 명당에 박스터를 잡은지 어언 50년째 되어가는 프로 노숙자 김노인에 빙의된듯이
게걸스럽게 드셔주십니다.

김치볶음밥은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음식입니다. 고상하고 우아하게 촛불켜고 와인을 곁들이며 드시면 안됩니다.
개밥그릇을 향해 돌진하는 투견의 마음으로 맹렬히 숫가락을 움직여줍니다.


⑥ 마지막 단계입니다. 어찌보면 모든 단계는 이 마지막을 위해 준비된 시나리오였을지도 모릅니다.

설거지는 언젠가 다시 찾아올 다음 조리때까지 묵혀두겠노라 다짐하고 싱크대에 쳐밖아두고 빈 프라이팬에 물만 부어둡니다.
식후 30분 빈둥거림은 불로장생의 묘약입니다.
밥먹자마자 부랴부랴 움직여 설거지를 하는 짓은 올바른 자취남의 자세가 아님을 가슴깊은곳에서 우러나와 주장합니다.



브런치는 김치볶음밥으로 때웠고..
추운 날씨와 잦은 출장으로 미루어두었던 SD나이팅게일, MG 뉴건담에 서페이서 작업을 하러 갑니다.

시간이 미묘하긴 하지만.. 다들 식사는 맛나게 하셨습니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