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런저런 모형 커뮤니티에서 DSPIAE 무세척 에어브러시가 굉장히 핫합니다.
이유를 여러모로 생각해봤는데요, 다음 두 가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입니다.
- 협찬 리뷰어들의 (매우) 우호적인 유튜브 영상
- 희석도 조색도 필요없이 사서 끼우면 바로 뿌릴 수 있는 전용 아크릴 도료
2번의 경우에는 한국과 일본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개인이 락커신너 등의 인화성 유기용제를 구입할 수 없기에, 전 세계적 지분으로 보면 아크릴 도료가 월등히 앞서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아크릴 도료를 취급하는게 고객층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여기에 더해서 락커 도료를 취급함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모델러들에게 희석도 조색도 필요없이 사서 끼우면 바로 발색이 보장되는 전용 아크릴도료는 매우 큰 매리트로 다가오지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주목하는건 1번의 경우입니다.
분명히 상당히 좋은 제품입니다. 제가 사서 쭈욱 사용해보기에도 구입할 가치가 충분히 있죠.
그런데 문제도 있습니다. '세척이 필요없고 전용 도료를 사용해 꼽기만 하면 바로 뿌릴 수 있는 편의성'에 매몰되어 제품 자체의 특징과 사용성에 대한 정보 제공이 아~~ 주 많이 소홀합니다.
하여, 무조건적인 장점 나열보다는 장기간 사용해보며 직접 경험한 실질적 정보들을 정리하여 소개드리기 위해 이번 포스팅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서론은 이정도로 하고, 본문은 최대한 담백하게 (하지만 주관이 어느정도는 섞인) 정보 전달 위주로 작성하겠습니다.
1. 전용 도료병 MS-B50
에어브러쉬 분사구에 위치하게 되는 니들 끝에 걸리는 강한 분사압으로 인해 음압이 발생하고 이 기압차로 인해 도료를 끌어올리는 매커니즘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아크릴 도료를 분사할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저처럼 락커계열 도료를 사용하는 분들이 접하게 되실 첫번째 트러블이 바로 도료를 끌어올리는 튜브가 신너를 머금고 불어버리는 현상입니다.
차근차근 설명 드리기 위해 먼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전용 도료병을 준비했습니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의 전용 도료병과 내장 튜브입니다.
재질은 실리콘이며, 실리콘은 알콜, 신너 등에 반응하여 변형이 오기 쉽습니다.
저는 이 튜브를 대체하기 위해 동일 규격의 PTFE 튜브(이하 테프론 튜브)를 1m 구입했습니다.
내경 4mm x 외경 6mm x 1T 규격의 테프론 튜브를 구입해 순정 실리콘 튜브와 같은 110mm 길이로 절단하여 준비합니다.
어차피 병의 바닥쪽에서 아주 약간의 텐션으로 구부러져 도료를 흡입할 수 만 있으면 되므로 1mm 내외의 오차는 허용됩니다.

이제 순정 실리콘 튜브와 테프론 튜브를 유리병에 넣고 튜브가 다 잠길 정도의 락커신너를 채워 넣습니다.
저는 DSPIAE 무세척 에어브러시를 쭈욱 락커계열 도료에 사용할 것이므로, 앞으로 튜브 세척을 위해서 계속 사용할 겸 아낌없이 넉넉히 신너를 채워넣었습니다.

두 튜브를 대략 3시간을 푹 절여놓은 병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실리콘 튜브가 사라졌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리저리 병을 돌려보니 희미~하게 실리콘 튜브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공각기동대에서 광학미체로 투명화된 쿠사나기 소좌처럼.. 분명 존재는 하되 아주 집중해서 봐야 실루엣만 살짝 비추는 정도까지 투명화 되어있었습니다.

테프론 튜브는 꺼내고, 실리콘 튜브도 반만 꺼내어 병에 걸쳐놓아 봤습니다.
신너 밖에 나와있으니 보이고, 신너에 잠긴 부분은 역시나 무슨 유령처럼 보이네요;;
녹아 없어진게 아니니 다행입니다. 꺼내어 만져보니 표면이 녹아 끈적이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단순히 신너를 머금어 불어나면서 표면적이 늘어나고 제품의 밀도가 낮아지며 투명도가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3시간동안 락커 신너에 담궈놨던 테프론 튜브와 실리콘 튜브, 그리고 재단 후 미사용의 테프론 튜브를 대조군으로 비교해봅니다. 3개 중 위가 신너에 불린 테프론 튜브, 중간이 미사용 테프론 튜브, 아래가 신너에 불린 실리콘 튜브입니다.

일단 한 눈에 보기에도 실리콘 튜브는 신너를 머금으며 불어나 길이가 길어진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병 바닥에 닿아 살짝 구부러져 있어야 할 튜브 끝 부분이 늘어난 길이로 인해 꺾이며 도료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이슈를 발생시킵니다.
다음으로 직경을 살펴봅니다.
순정 실리콘 튜브도, 제가 새로 구입한 테프론 튜브도 내경 4mm x 외경 6mm x 두께 1T의 제품이었습니다.
먼저 테프론 튜브입니다.

외경 6mm(≒ 5.9mm) x 내경 4mm x 두께 1T에서 변화 없이 처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실리콘 튜브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외경 7.1mm x 내경 5mm x 두께 1.1T 정도로 튜브의 내외경이 늘어나버렸습니다.
튜브의 내경이 넓어질 경우 전용 도료병 안쪽 돌기와의 결착이 헐거워지며, 음압으로 도료를 끌어올리는 구조상 도료를 끌어올리는 힘이 약해지고 끌어올린 도료에 공기가 혼입되는 이슈가 발생합니다.

DSPIAE 사에서 함께 발매한 전용 도료는 아크릴 도료이므로 제 실험과 같이 튜브의 길이 및 내외경이 불어나는 현상이 발생하진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저처럼 락커계열 도료를 사용하실 분들은 테프론 튜브로 교체해주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국내 검색 포탈에 PTFE 튜브, 또는 테프론 튜브 등으로 검색하시면 1m에 4,500원 꼴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1m 길이의 테프론 튜브로는 전용 도료병 9개 분의 튜브로 재단이 가능합니다.
2. Positioning Indicator
모형 커뮤니티에서 DSPIAE 무세척 에어브러시 리뷰들을 보다보면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지는 상태에서 작성된 글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포인트가 바로 '바늘 끝 정렬이 안되어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전용 도료병에 니들을 꼽고 니들 고정캡을 씌우긴 하지만, 니들 자체가 강력하게 지정 각도로 고정되는것도 아니며 니들 자체의 수직도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하여, 무세척 에어브러시에는 니들의 위치를 보정하기 위한 구조물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Positioning Indicator 입니다.

우선, DSPIAE 무세척 에어브러쉬에서 권장되는 니들의 위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니들의 높이는 위 이미지 정도입니다. 니들의 끝이 분사구의 중앙에 있으면 됩니다.
약간 더 위에 있고 약간 더 아래 있어도 상관없으니 최대한 분사구의 중앙에 맞춰주시면 됩니다.
분사구 중앙에 니들 끝을 맞추는 방법은 병을 결착하는 스크류를 시계방향/반시계방향으로 조이고 풀어 병 자체의 높이를 옮기면 됩니다.

당연히 니들의 좌우 방향 위치도 분사구의 중앙에 맞춰야 합니다.
Positioning Indicator 구조를 이해 못하신 분들이 이 니들의 좌우방향 중앙 정렬을 못하셔서 니들이 불량이라며 멀쩡한 니들을 버리시거나 에어브러시 성능이 구리다고 하십니다.
위 이미지의 중앙 정렬된 니들 끝과 분사구를 정면에서 바라보면 아래 이미지와 같습니다.

Positioning Indicator는 분사구를 중심으로 회전할 수 있으며 그 끝에 렌치처럼 생긴 부분으로 니들을 밀어 각도를 고정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한쪽으로 치우진 니들 좌우 정렬을 이 Positioning Indicator로 밀어 중앙으로 정렬 후 고정하면 됩니다.
위 이미지에서 Positioning Indicator를 중앙으로 돌려놓아 니들을 건드리지 않게 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당연히 니들 끝의 중앙 정렬이 좋지 않으므로 도료가 제대로 뿌려지지 않습니다.
DSPIAE 무세척 에어브러시를 제대로 사용하시려면 상기 소개드린 전용 도료병에 대한 이해와 니들-분사구 간 중앙정렬 메커니즘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제 테프론 튜브로 교체하고 니들-분사구의 중앙정렬이 완료된 상태로 도료를 분사해봅니다.
먼저 블랙 서페이서 도포 영상입니다.
영상 촬영 시 도료 분사압을 32PSI(약 2.2bar)로 맞추었는데, DSPIAE 무세척 에어브러시에 쓰기에는 다소 높은 압력입니다.
각 작업자마다 선호하는 도료 희석비가 있을테니 절대적 정답은 없겠지만, 제 경우 락커 희석 도료 분사 시 22PSI(약 1.5bar) 정도가 가장 적합하다 느껴졌습니다.
다음 영상은 반광 마감제 전용 도료병으로 교체한 후 촬영하였습니다.
테프론 튜브를 통해 에어브러쉬 트리거 시 도료가 빨려 올라오는 모습을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실리콘 튜브가 락커신너에 불어있는 경우 튜브 내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도료를 끌어올리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또한 끌어올린 도료에 공기가 혼합되어있어 도료 도포 시 표면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테프론 튜브로 교체 후 도료를 끌어올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도포압이 안정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3. 장기간 미사용 시 전용 도료병 취급
앞서 말씀드렸듯, DSPIAE 무세척 에어브러시 전용 도료병 MS-B50은 니들 끝에서 발생하는 음압에 의해 도료를 끌어올리는 메커니즘입니다. 음압으로 도료를 끌어올린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용기 내부에 진공이 걸려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전용 도료병은 3중 구조의 캡으로 되어있습니다.
공병 → (1) 공병 캡 → 니들 → (2) 니들 고정 캡 → (3) 니들 보호 캡으로 겹겹이 닫도록 되어있는데요.
1번 공병 바로 위에 씌우는 캡에서 니들 꼽는 부위를 자세히 보시면 작은 구멍이 하나 뚫려있습니다.

음압으로 도료를 빨아올릴때, 빨려 올라가는 도료 양 만큼의 공기가 채워져야 합니다.
그때 외부의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한 흡기구가 바로 해당 구멍입니다.
(1) 공병캡 위로 니들을 꼽고 (2) 니들 고정 캡을 결착하신 후 옆에서 보시면 두 캡이 완전 밀착하지 않도록 되어있습니다.
공기를 빨아들이려면 두 캡이 완전 밀착해서 좋을 것이 없지요.
자 그럼, 병 내부에는 도료가 들어있는데 내부가 진공 상태가 아니고 외기가 드나드는 통로가 있다??
전용 도료병 뚜껑을 다 닫아도 도료는 미세하게 조금씩 건조될 것입니다.
도색 후 해당 도료병에 담긴 도료를 비우지 않고 장기간 보관하고자 한다면 전용 캡은 제거하고 밀폐가 가능한 다른 뚜껑으로 덮어두시는걸 권장드립니다.
제가 테스트해 본 결과 완벽하게 꼭 맞는 뚜껑으로 두 가지 정도를 찾아냈습니다.
1) 모모델링 서페이서류 60ml 용기의 뚜껑
- 동일 규격으로 딱 맞고 락커계열 도료가 담겨오는 만큼 완벽한 대체 뚜껑
- 모모델링 60ml 도료군을 구입해서 다 쓴 후 남은 공병이 있어야 해당 뚜껑 수급이 가능
2) 다이소 50ml 뚜껑형 용기의 뚜껑
- 다이소에서 천원에 두개 구입 가능 (다이소 품번 : 1004632)
- 나사산 동일 규격에 외경이 MS-B50 도료병의 외경을 꽉 물듯 감싸 외기 유입 차단에 유리

저는 다이소 용기를 3천원치 6개 구입해 뚜껑만 떼어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남는 병들은 뭐... 도료 조색할때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던가 하면 되겠지요. 다이소 용기의 몸통 재질은 PET이므로 락커신너 등을 장시간 보관하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언급한대로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게 좋겠지요.
쓰다보니 내용이 생각보다 상당히 길어졌습니다.
제가 작성한 게시물의 정보들은 순수하게 정보 그 자체로써 제공드리고자 노력했으며, 각각의 정보가 누구에게는 단점으로 / 누구에게는 장점으로 받아들여지리라 생각됩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편리성이 뛰어난 도구임에 분명하나, 그 도구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접하고 실망하실 분들이 분명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또는 어쨋든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도구인데 어떻게든 잘 써봐야 겠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요.
모쪼록 제가 공유드리는 정보가 많은 분들의 모형 취미생활에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